대한민국 여행, 맛집/강원도 여행, 맛집

비와 함께한 강원도 고성 가족여행 1일차.(통일전망대, DMZ 박물관)

타고르 2022. 6. 18.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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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 부모님은 우리 형제와 함께 대한민국 국내 여행을 다니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아버지 일 때문에 대천해수욕장에 장기간 캠핑을 하기도 했고 남이섬이나 한탄강 등을 서울 근교에서 자주 캠핑을 하기도 했다.
크면서 딱 중2 를 넘어갈 무렵부터는 부모님과 함께 다니는 것보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좋아서 수 십 년 넘게 가족 여행이 뜸했다가 직장생활을 시작하고는 내가 부모님 모시고 중국 하이난도 다녀오고 강원도 양양이나 수안보 온천 등 손에 꼽힐 정도의 여행을 했다.
아버지 칠순때 모처럼 형네 가족과 힘들게 일정을 맞추고 괌을 다녀오기도 했지만 점 점 가족들과 함께 여행하기는 힘들어졌다.
 지난 몇년 간 코로나19와 일 때문에 집에 갇혀만 지내다가 팬데믹이 정점을 지나 모든 방역 제한이 풀린 후에야 모처럼 시간을 내서 부모님을 모시고 강원도 고성 여행을 다녀왔다.
 이웃분이 콘도회원권을 빌려 주셔서 여행 20일 전부터 예약을 하고 모처럼의 여행에 어머니는 들떠 있었는데 하필 여행 가는 날짜가 다가오니 강원도와 남부지방에는 비가 예고되어 있었다. ㅠㅠ
  모처럼의 여행이라 비가 와도 떠나기로 하고 6월 6일 현충일 아침에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 길을 나섰다.
 몇년 전에 제주에서 살 때 볼트EV를 생애 첫 전기차로 구입했는데 아버지에게 차를 드리고 얼마 전에 차를 바꿨다.
기아 EV6는 워낙 인기 차종이어서 출고 대기기간이 어마무시한데 작년에 계약하고 5월에 계약했던 사양 그대로 출고할 수 있었다.
오랜만의 가족 여행이고 EV6를 타고 가는 첫 장거리 여행이 되었다.

 안양 평촌에서 출발해서 수도권 1순환 고속도로에서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타고 달렸다.
2열 뒷좌석에 탄 어머니가 멀미 하지 않게 회생제동 없는 드라이브 모드로 달렸는데 다행히 불편해하시지 않았다.
나이 드신 부모님을 모시고 하는 여행은 어린 아이와 여행하는 것과 비슷하다. 
성향도 나이 드실 수록 아이처럼 되는 것도 있지만 불편한 것을 잘 못 참으시고 생리현상도 바로바로 해결해 드려야 된다.
서울~양양고속도로를 달린지 얼마 안 되어서 첫 번째 휴게소인 가평휴게소에 들렀다.
조금 더 달려 다음 휴게소에 들려도 되지만 가평휴게소에서만 파는 가평 맛남샌드를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제주공항 파리바게트에서만 파는 마음샌드처럼 가평맛남샌드는 가평휴게소 내 파리바게트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주차를 하고 파리바게트로 달려갔는데 벌써 많은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것이 보인다.


바로 줄을 서고 대기했는데 내 앞줄 몇 사람 앞에서 매진이 되어 버렸다. ㅠㅠ
가평맛남샌드는 구입하지 못하고 다음 회차 사람들을 위해 생산하는 것만 밖에서 구경하고 와야 했다.
제주 마음샌드에서 우도땅콩 대신 가평 잣만 들어가서 비슷한 맛일 거란 생각만 하고 아쉬움을 달랬다.
하긴 제주마음샌드도 "와~ 되게 맛있다" 하고 극찬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왜 또 줄을 섰을까? ^^;


 가평맛남샌드 대신 가평 호두잣과자를 구입했다. 
맛은 그냥저냥 먹을만했는데 나중에 생각날 정도의 맛은 아닌 거 같다. ^^: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타고 11킬로의 긴 터널을 빠져나와서 속초까지 아주 편하게 운행을 했다.
현대기아차의 HDA2 스마트크루즈 기능이 장거리에 특히 빛을 발했다.(아니 여행기를 쓰는 건지 EV6 주행기를 쓰는 건지? ^^:)
동해고속도로로 계속 달리려고 했으나 화장실을 찾는 어머니 때문에 속초에 빠져서 7번 국도로 달렸다.
속초로 넘어오니 비가 더 많이 오기 시작했고 기온차가 크게 느껴져서 에어컨에서 히터를 틀어야 했다.
 고성 쪽으로 계속 달리다가 거진항에서 차를 돌려 백섬해상전망대 쪽으로 갔다.
사실 알고 찾아간 것은 아니고 가다가 이정표가 보여서 뭔가 있나 싶어서 차를 돌렸다.
 눈앞에 보이는 곳에 주차를 하고 백섬해상전망대로 향했는데 산책로도 잘 되어 있어서 비만 오지 않았으면 꽤 멋진 풍경이었을 것 같다.


당시에 비는 잠깐 소강상태였지만 파도가 심상치 않았다.
당시 분위기는 동영상으로~


원래 백섬해상전만대로 가려고 했는데 우리가 보기에도 전망대로 가는 다리에 거친 파도가 몰아쳐서 아마존 익스프레스나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쥬라기공원과는 비교도 안되게 흠뻑 젖을 것 같다 싶었는데 가까이 가기도 전에 관리직원이 진입을 금지하고 폐쇄를 시켰다. 
 여행 내내 비가 오더니 가평맛남샌드도 못 사고, 백섬해상전망대도 폐쇄돼버렸다. ㅠㅠ


눈앞에서 폐쇄된 백섬해상전망대를 뒤로 하고 숙소인 고성 금강산콘도까지 갔다가 오션뷰로 방만 잡고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30킬로를 다시 내려와 미리 알아본 교암 맛집을 가려고 했다.
 강원도까지 왔으니 점심은 간단하게 막국수를 먹으려고 했으나 비도 오고 날씨 쌀쌀하다고 어머니가 싫어하셔 다른 메뉴를 찾았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이날 따라 문 닫은 집이 한 두군데가 아니다 교암 근처 맛집 중 수제비집만 미어터지고 대기만 1시간 30분이 넘는데 대기를 걸어 놓고 근처 카페를 갔는데 카페도 문을 닫았다.
 이제 다 되어서 조그만 더 기다리면 되는데 부모님 인내심에 한계가 폭발했다. 
앞서 얘기했지만 나이 많은 어른을 모시고 하는 여행은 아이와 하는 여행과 같다. 
배고파서 짜증도 나고 참기도 힘든 거니 빨리 뭐라도 드시게 해야 해서 아쉽게도 근처의 다른 식당으로 모시고 갔다.
교암소머리국밥 비가 와서 날씨도 쌀쌀한데 부모님이 좋아하실 만한 메뉴다.


점심 피크를 벗어나서 인지 홀에는 우리 밖에 없었고 식당은 깨끗하고 쾌적하게  느껴졌다.


 깍두기와 김치에 소머리국밥이 전부지만 시장이 반찬이라고 맛있게 먹었다.


 소머리국밥 고기의 누린내나 잡내도 없고 뒷맛까지 깔끔해서 얻어걸린 것 치고는 맛있게 먹었다.
다행히 부모님도 맛있게 드셨고 식사를 하시니 짜증이나 불평도 없어졌다. ^^;


 비부터 시작해서 문 닫은 식당까지 여행 계획은 계속 어긋나 버렸다.
식사를 마치고 특별하게 갈 곳도 없어서 숙소 근처의 통일전망대를 가보기로 했다.
고성 통일전망대를 가기 위해서는 먼저 출입신고소에서 신고를 하고 들어가야 한다.
통일전망대가 민간인통제선 안에 있어서 자유로운 출입이 제한되므로 반드시 출입신고서에서 신고를 해야 한다.

출입신고서 왼쪽으로 들어가면 기념품샵을 지나 왼쪽에 매표소에서 신고서와 입장권을 구입해야 한다.
출입신고서는 대표자가 인적사항과 차량번호 등을 적어서 제출하면 입장권과 차량 내 통행허가증을 받게 된다.

 

시간대마다 통일전망대 출입 기수가 구분되는데 바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오른쪽 안보교육관에서 영상을 시청해야 한다.


내용은 별거 없는데 통일전망대 소개와 강원도 고성 8경 등 관광지를 소개하는데 좀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보교육관에서 영상을 보고는 안내에 따라 자기차를 가지고 10킬로 정도 위에 통일전망대로 간다.
중간에 군인 초소에서 탑승인원과 신고서를 확인해야 들어갈 수 있다.
초소에서 몇 킬로를 더 가야 통일전망대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장에서 조금 걸어야 전망대에 도착하는데 날씨도 비가 와서 구리고.... ㅡ.,ㅡ;


통일전망대 앞에 북한에서 온 풍산개도 있고 6.25 전쟁 당시 비행기와 장갑차가 있긴 한데 다른 볼거리는 별로 없다.
DMZ의 D를 형상화했다는 통일전망대는 3층 전망대가 30미터 정도 높이라고 한다.


비가 많이 와서 예상했지만 볼 수 있는 게 없었다.
북한 땅 쪽 금강산은 커녕 북한 쪽 남방한계선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ㅠㅠ
북한 땅을 눈 앞에 두고도 보질 못하니....


이날 6월 6일 현충일을 맞아 통일전망대에 온 사람들은 다 망했다. 
500원을 넣고 봐야 하는 망원경도 유명무실해졌다. ㅡ,.ㅡ;


 아래쪽에 북한땅을 바라보는 부처상이 세워져 있는데 절에 다니시는 부모님이 꼭 가보고 싶다고 해서 내려갔다.


생각보다 높이는 크지 않은데 비가 와서 약식으로 합장을 하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통일전망대 주차장에 있는 기차 카페에서 부모님에게 따뜻한 커피와 차를 사드리려고 했는데 여기도 문을 닫았다. ㅡ,.ㅡ;
주차장 우측에 6.25 전쟁기념관이 있어서 가봤는데 당시 참호를 재현하거나 국군과 인민군의 장비나 복장 등을 전시했는데 사진에 담을 만한 흥미 있는 것은 없었다.
내려가는 길에 DMZ 박물관이 있는데 통일전망대 입장권이 있으면 무료입장이 가능하다고 해서 비가 와서 할 것도 없고 가봤다.


DMZ박물관 주차장에 전기차 급속충전소가 있어서 바로 충전을 했다.
전기차는 충전할 수 있을 때 충전을 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EV6가 제원상 완충 시 470킬로를 갈 수 있다고 하는데 고속도로 주행에 오르막길, 에어컨, 히터 가동 등으로 주행거리가 떨어졌다. DMZ 박물관까지 약 320km를 달리고 남은 주행거리가 120km 정도였으니 겨울이 오면 살짝 걱정이 된다. ^^;


DMZ 박물관은 2층의 현대적인 시설이 꽤 잘 갖춰져 있다.
6.25 전쟁 자료와 유물이나 분단 이후의 상황, 독일의 분단의 통일 과정 등을 전시하고 있어 6.25 전쟁 관련 다크 투어 장소로도 괜찮다.


보고 오지 못한 금강산을 대신해서 특별관에서 본 금강산 전도


2층에는 희망 메시지를 붙이는 장소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분단 당시에 삐라라 불리는 전단지도 전시되어 있는데 우리나라 쪽에서 살포한 전단지에는 월남을 유도하는 선정적인 사진과 문구가 눈에 띄었다. ^^;


DMZ 박물관 2층에 있는 카페가 뷰 맛집이었다.
날씨가 좋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가보려고 했던 카페도 못 가고 꿩 대신 닭이라고 나름 커피 수혈도 하고 여행 첫날의 하루 중 제일 괜찮았다.


DMZ박물관을 나와 보니 차도 80% 넘게 충전이 돼있고 1석 2조였다.
DMZ박물관에서 대한민국 거의 최북단에 위치한 금강산콘도까지는 가까운 거리여서 금방 도착했다.
점심 맛집에 실패해서 저녁은 더 맛있는 것을 사드리고 싶었는데 또 숙소에서 멀리 가야 하고 식사시간이 늦어지면 어떤 재앙이 생길지 예상되었기에 숙소 근처에 한식뷔페가 있어 고민하지 않고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들어갔다.


가격은 8천원이지만 메뉴가 제육볶음에 전, 소시지 전, 생선구이, 꽃게탕 등 메뉴 구성도 괜찮고 한 끼 식사를 하기에는 충분했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해가 지기 전에 드디어 숙소 체크인을 했다.
금강산콘도는 시설은 낡았지만 편의점, 식당, 치킨집 등 제법 구색은 다 갖췄다.
지하 1층 주차장에 전기차 완속충전기 2개 있었지만 이상하게 충전은 안되어서 DMZ박물관에서 급속 충전을 안 했다면 다음날 조금 답답했을 수도 있었다.


낡은 방과 시설이어서 룸은 따로 사진을 찍지 않았지만 나름 케이블TV와 무선인터넷도 제공되고 침대도 편안했다.
10층 꼭대기 층의 오션뷰였는데 날씨가 도와주질 않은 게 무척 아쉽다. ㅠㅠ


비 오는 날의 고성 금강산콘도 오션뷰 풍경 동영상


여행에는 다양한 변수가 있었지만 이번 여행처럼 계획대로 된  게 하나도 없는 여행은 없었다. ㅠㅠ
하루 종일 내리는 비 때문에 뭔가 제대로 볼 수도 없었지만 부모님에게 "우리가 강원도 고성 사는 것도 아닌데 오늘 아니면 언제 이렇게 비 내리는 고성을 보겠어?" 하고 긍정적?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또 오랜만에 여행 내내 대화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좀 힘든 주제도 있었지만.... ㅡ.,ㅡ;
6.25 전쟁 다크투어가 되어버렸고 오랜만의 부모님을 모시고 하는 여행이라서 중간중간 의견도 맞지 않고 힘든 것도 있었지만 그래도 여행 하루 일정을 잘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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