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2002

로마 여행, 그리고, 로마 근교 티볼리(Tivoli) 당일 치기 여행.

타고르 2012. 3. 2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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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여행을 떠났다. 별다른 계획없이 하루 종일 친구집에서 빈둥거리다가 파리 시내를 다니다가 이럴꺼면 유레일 셀렉트 패스를 뭐하러 샀지? 하면서 용기를 내서 이탈리아 로마로 떠났다.
우리가 산 유레일 셀텍트 세이브 패스는 비연속 5일권으로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기차만 이용이 가능 해서 제한적이었다. 물론 제한적인 만큼 가격은 쌌고 두명이 묶어서 이용하는 세이브 패스라서 1등석 이용도 가능했다. 그러나, 바보 같은 여행을 했다.
기껏 세이브 패스를 사놓고 6명이 함께 쓰는 야간 열차의 쿠셋이 불편하다고 파리 리옹역에서 침대 열차인 Euro night 을 그것도 비싼 T2를 예약 했다. 덕분에 조금 편하긴 했지만 상당히 비싼 금액을 추가로 지불 해야 했다.
그럴꺼면 이미 그때부터 자리를 잡기 시작한 저가 항공을 타고 이동을 하던가.. ㅠㅠ

큰짐은 파리의 친구집에 남겨 둔채 작은 백팩에 옷만 담아서 로마로 이동했다. 일단 파리에서 TGV를 타고 스위스까지 이동해서 저녁에 거기서 야간 열차를 타고 로마에 가는 거였다.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TGV를 타고 감동을 했는데 같은 기술로 만든 우리나라 KTX의 불편함이란....
원래 야간 열차는 여권과 열차표를 차장에게 맡기면 국경에서 출입국 검사를 하지 않고 편하게 잘 수 있다고 들었는데 새벽에 이탈리아 국경에서 우리는 출입국 사무소 직원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깨야 했고 자다가 입국심사를 받아야 했다. ㅡ,.ㅡ;
당시의 야간침대열차는 다리를 쭉펴고 누워서 가는거 외에는 익숙하지 않은지 생각만큼 안락하지는 않았다. 아침이 되자 승무원이 전날 부탁한 카푸치노와 빵을 아침으로 가져 온다. 아침을 먹고 있는 사이 로마 테르미니에 도착 했다. 역시나 새로운 나라와 도시에 도착하면 바짝 긴장을 하게 된다.
역에 내리자 마자 약간 이상한 한국어 발음의 조선족 아줌마가 방을 구했냐고 물어 본다. 초창기의 1세대 민박집들은 비수기에는 이렇게 직접 역에 나와 새벽 첫 기차의 손님에게 호객 행위를 했다. 왠지 의심스럽고 걱정되었지만 숙소 예약도 없이 아무 생각없이 로마에 온 우리들은 아줌마를 따라 지하철의 종착역인 Anagnina역으로 향했다. 아주머니가 장을 보러 차이나타운에 간다고 먼저 내렸고 우리는 다른데 갈까도 생각 했지만 종점까지 가서 골뱅이 민박집 사장님을 만났다.
처음에 조선족이어서 선입견을 가졌지만 로마에 머무는 동안 골뱅이 민박집 사장님 내외는 우리에게 너무 잘해주셨고 아침 저녁으로 맛있는 한식을 먹을 수 있었다. 1세대 민박집 사장들 중에 자리 잡은 분들이 많은데 몇년 뒤 이분들은 시내에 작은 호텔도 인수 하셨고, 2010년 여행 했을때에는 아들이 나폴리에 민박집을 운영한다고 들었다.

 도착하자 마자 신라면으로 허기를 때운 우리는 로마 시내로 나섰다. 테르미니 부터 시작해서 스페인 광장, 트레비 분수, 판테온, 노바노 광장을 걸어 다녔다.
여행하면서 우리가 생각 못했던 일을 노바노 광장에서 당했다.

 노바노 광장의 분수대를 구경하던 중 집시 청년들로 보이는 녀석들이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건냈다. 뜻밖의 한국어에 "안녕하세요~"하고 반응 보였고 이놈들은 "2002년 코리아 월드컵~ 한국 NO.1"이라면서 잔뜩 치켜 세운다. 그리고, 손목에 사진에 보이는 컬러 끈을 묶어 주고는 갑자기 돌변 돈을 요구 한다. 1~2 유로 정도를 생각했는데 무려 20유로를 요구 한다. 거세게 저항 하자 순식간에 10명에게 둘러 쌓여서 경찰도 없고 20유로를 뜯겨야 했다. 저 컬러끈은 나중에 파리 몽마르뜨에서도 흑인들이 비슷한 수법으로 사기를 치고 있었다.

노바노 광장에서 20유로를 뜯기고 행위 예술 하는 놈이 자기 친구라고 하면서 공짜로 사진 찍어도 된다고 한다. 그날 나는 20유로에 거지 같은 끈과 사진 한장을 찍을 수 있었다.

 생각도 못한 끈 사기에 기운이 빠져서 성 안젤로 성당만 보고 들어가기로 했다.
2010년 여행에서는 야경 투어 때만 방문하고 가보지 않았는데 특별하게 볼 꺼리는 많지 않았다.
이때는 무슨 생각인지 입장료까지 내고 미카엘 동상이 있는 옥상까지 올라 갔다.

 동상이 있는 옥상에 오면 로마 시내를 조금 높은데서 볼 수 있는 것 외에는 별 것 없었다. 옥상에 올라 보니 바티칸 성당도 보인다.

 2010년 야경 투어때 가이드는 미카엘 머리에 피뢰침이 있다고 했지만 정확하게는 저렇게 피뢰침이 꽂쳐 있었다.

 숙소로 돌아와서 다른 2명의 한국이 여행자를 만나서 삼겹살에 참이슬 마시면서 어울리게 되었다. 그때부터 로마에서는 남자 4명이 동행이 되어 다닐 수 있었는데 인원이 늘다 보니 낯선 이국 땅에서도 두려울께 없었다. 술이 부족해서 숙소 근처 바에 맥주를 사러 갔는데 바텐더가 영어를 잘 못했다 그래서 같은 걸 한병 더 달라는 식으로 "1 more~1 more~" 했는데 바로 옆에 혼자 맥주를 홀짝 거리는 이탈리아 청년이 내말투를 따라하는게 유난히 거슬렸다. 노바노에서 사기 당한것까지 떠올라서 순간 울컥하면서 술 기운에 머리수도 많아서인지 "뭘봐! ㅆㅂ! 눈깔아! 개XX야!"라고 한국어로 소리 쳤는데 그놈은 고개를 푹 숙이고 더이상 눈도 마주치지 못하였다. 

다음날부터 숙소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바티칸으로 향했다.
종교적으로는 상관이 없었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어서 찾았는데 그 규모가 엄청났다.

 당시에 누군가의 결혼식이 꽤 성대하게 열리고 있었다.

 바티칸 박물관에 들어 갔는데 출입국 심사처럼 꽤 까다로운 출입 절차를 받아야 했다. 선그라스도 벗어야 했다. 안에 들어와서는 단체 관광객들을 위한 한국 가이드를 따라 다니면 설명을 듣기도 했지만 시간이 없어서 대충 훓어 보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꽤 많은 유물이 전시중이었는데 요즘 바티칸 현지 투어를 하면 하루종일 걸리는지 알것 같다.

계속 통로를 따라 많은 작품을 보고 걸으면서 천지창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천지 창조가 있는 곳에 갔지만 당시에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서 사진에 담지는 못했다.

바티칸 박물관을 나오자 결혼식도 끝나 있었다.

 오전부터 반나절은 거의 바티칸에서 보내고 로마 근교의 티볼리로 향했다. 당시에 우리는 티볼리가 어딘지도 몰랐는데 요즘도 티볼리는 가이드책에 조그맣게 소개 되어서 여행자들이 많이 찾지는 않는 곳이었다. 숙소에서 만난 동행들 덕분에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로마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간단하게 조각 피자로 점심을 해결하고 후진 시외버스를 타고 티볼리로 향했다.
로마에서 30km 떨어진 티볼리는 고급 휴양지라고 하는데 버스로 약 한시간 정도 걸렸다.

티볼리에서는 에스테 별장에 갔는 수많은 분수가 있는 곳으로 베르니니가 만든 조각품도 많이 있는 곳이다.

 에스테 별장에는 곳 곳에 베르니니가 만든 조각상과 분수가 많았다.

 100여개의 사자가 물을 뿜는 100개의 분수

 

 

 천수관음도 아니고 이건 뭐라고 표현 해야 할까?

  넵튠 분수는 에스테 별장의 최고의 백미 이다.

넵튠 분수를 마지막으로 에스테 별장을 나와 다시 로마로 향했다. 계속해서 날씨가 좋았던 로마였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고 로마로 향하는 길을 막히면서 교통체증을 경험하기도 했다.
하루동안 바티칸과 티볼리를 다녀왔는데 2010년에도 티볼리에 간다는 여행자가 없어서 이때가지 못했다면 많이 후회 했을꺼 같다. 

로마에서 3일째 되는 날은 다시 후배 녀석과 둘이 다녔다.
전부터 보고 싶었던 콜로세움으로 갔는데 당시에 무료 10유로나 주고 들어간 내부는 공사중인 것만 볼 수 있어서 적잖게 실망을 했다. 콜로세움 내부는 영화 점프에 나오는 그런 수준이었다. 2002년 당시에는 내부 외에도 외부에도 복원 중이었는 2010년 방문 했을때 상당히 많은 부분이 복원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콜로세움을 나와 바로 옆 포로노마로에 갔는데 당시에는 무료 였던 것으로 아는데 2010년에는 별도의 출입구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2002년 당시에 이미 다녀와서 2010년에는 들어가지 않았는데 메모리가 간당 간당해서 사진을 많이 찍지 못한게 아쉽다.

그 외에도 로마를 찾으면 꼭 찾게 되는 진실의 입에도 가고 해골사원에도 갔지만 해골 사원에 대한 사진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이 아쉽다.
3박 4일간의 짧은 로마 여행을 마치고 다시 파리로 돌아갔는데 또 다시 바보 같이 침대 열차를 이용해서 돌아 갔다. 사진은 많이 남지 않았지만 로마 여행만큼은 2010년 보다 2002년에 한 것이 더 알차게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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