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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지기 친구들과 함께 일본 미식여행을 한 것 같은 분당 정자동 맛집, 모로미 정자점

타고르 2022. 8. 14.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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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 지기 친구들과 7월 말에 오랜만에 모여 저녁을 함께 했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제 2 외국어 중 프랑스어 반이 인기가 없어서 전체 15반에서 2반만 개설이 되었다.
그 두개 반으로 2학년 때 문이과반으로 나누니 우리는 길게는 3년, 짧아도 2년 동안 같은 반 친구로 지낼 수 있었다.
 그렇게 만난 친구들과 벌써 30년 지기가 되었다.
 한참때는 서로 살기가 바빠서 연락이 끊겼던 친구도 있었지만 흰머리와 흰 수염이 나기 시작하고 저마다 한두 개씩 몸이 아파지기 시작해서야 친구가 생각이 났다.
 최근 몇년 전부터 다시 연락이 닿기 시작해서 자주 보는 정자동 사는 친구가 구심점이 되어서 오랜만에 함께한 자리였다.
원래는 진작부터 모이려고 했는데 그 사이 친구들에게 여러 일이 생겼다.
코로나19 확진이 된 친구가 있는가 하면 빙모상을 치르는 친구가 있었고, 갑작스럽게 심장 수술을 한 친구도 있었다. ㅠㅠ
 이런 저런 일로 계속 약속이 미뤄지다가 7월 말에야 만날 수가 있었다.
 이번에도 식당과 메뉴는 정자동 사는 친구에게 맡겼다.
더운 여름 날씨에 밖에서 기다리는 것을 싫어하는 친구는 미리 식당을 예약하고 좌표를 보내줬다.
보내준 위치대로 찾아간 곳은 분당선 정자역 4번 출구 근처에 있는 모로미 정자점이었다.
상가 건물 2층에 있어서 밖에서는 못찾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입구를 찾았는데 한눈에 이자카야 다운 모로미 입구를 발견했다.


 왠지 분위기가 있을 것 같아서 입구에서부터 기대 중이었다.


 모로미 안에 들어가서 예약한 친구 이름을 대고 자리를 안내받았다.
반 개방형의 독립된 공간이 마음에 들었다.
우리도 이제 나이가 먹어서인지 시끌벅적한 곳보다 조용한 곳이 좋다. ^^;


 정자동 친구가 먼저 와서 자리를 잡고 있었고 아직 2명의 친구가 도착하지 않아서 메뉴를 구경해봤다.


 나만 몰랐던 모로미는 강남의 3대 이자카야로 유명하다고 한다.
이미 본점은 10년 넘게 운영되고 있는 것 같고 2012년부터 블루리본 서베이를 매년 갱신 중이고 있는 것 같다.


 모로미는 이자카야라서 여러 일식 요리와 안주, 그리고, 간단한 식사류를 메뉴로 제공한다.


 분당에서 일하는 다른 친구가 합류하고 바로 주문을 했다.
"늦게 오면 못 먹는 거지~" 하고 찐 친구끼리 할 수 있는 대화를 우리끼리 주고받았다.
먼저 한우 스키야키와 차돌숙주 볶음을 주문을 했다.
가쓰오부시가 듬북 뿌려진 차돌숙주 볶음이 먼저 나왔다.


 불향까지 품은 차돌숙주 볶음을 한 젓가락씩 먹은 우리는 늦게 오는 친구에게 남겨 줄 생각이 없는 것처럼 빠르게 손이 갔다.


 맛있게 차돌숙주볶음을 먹다가 한우 스키야키가 나와서 잠깐 브레이크가 걸렸다.


 그러고 보니 촌스럽게도 스키야키를 먹는 게 이번이 처음이다. ^^;


 어떻게 먹는 거지 하고 있는데 사장님이 와서 처음에 한 번은 먹는 방법을 설명해주시고 직접 만들어 줬다.
먼저 팬 위에 야채를 먼저 넣고 볶아 준다.


 야채가 어느 정도 익으면 간장 베이스의 소스를 넣고 소스가 끓으면 한우를 넣고 샤브샤브 처럼 먹으면 된다.


 스키야키에서 익은 고기는 날계란에 찍어서 먹으면 맛있다고 하는데 내 취향은 아니어서 이후로는 그냥 먹었다.
처음 먹어 보는 스키야키였지만 간장 베이스의 소스 때문인지 언제가 먹어 본 듯한 익숙한 맛이었다.
스키야키는 단짠단짠 한 것이 맛은 있었지만 많이 먹으면 금방 질릴 거 같은 맛이었다.


 안주를 한다고 야끼토리도 추가 주문을 했다.
가벼운 술안주로 괜찮을 것 같은데 이 날 운전을 해야 하는 나와 얼마 전 심장수술을 한 친구는 술을 마시지 못해서 아쉬워했다. ㅠㅠ
그래도 안주빨을 열심히 세웠다. ㅋㅋㅋ 


 소주를 먹는 친구들도 있고 해서 뭔가 식사가 될 만한 것을 찾다가 나가사키 짬뽕탕을 주문을 했다.
친구들이 스키야키에 날계란도 넣고 분주하게 레시피를 수정하고 있을 때 숙주가 듬뿍 올려진 나가사키 짬뽕탕이 나왔다.


 나가사키 짬뽕탕에 사리는 생면이 들어가냐고 물어보니 생면이라고 해서 사리도 추가했다.


 맛있게 익어가는 나가사키 짬뽕탕은 칼칼한 맛을 내는 한국식이 아니라 제법 불 맛도 나고 담백한 것이 일본 현지에서 먹었던 맛과 가까웠다.
 다들 단짠단짠 한 스키야키에 질렸는지 다들 나가사키 짬뽕을 먹고는 감탄을 했다.
소주를 마시던 친구들은 나가사키 짬뽕탕이 나오고 소주 2병을 더 시켰다. 


나가사키 짬뽕탕에는 꽃게도 들어가서 국물이 더 시원하고 감칠맛이 났다.

 

2차 장소로 이동을 할까 하다가 다들 엉덩이가 무거워져서 그냥 나가사키 짬뽕에 육수를 더 달라고 부탁을 하고 추가로 오코노미 야끼를 주문했다.
가쓰오부시로 가득 채운 오코노미야끼가 나왔다.
이 집 가쓰오부시 인심은 정말 후했다. ^^;


 몇 년 만에 먹어 보는 오코노미 야끼인지... ㅠㅠ
내 기억으로 2017년 10월 말에 다녀온 오사카 여행 때 먹어보고 처음인 것 같다.
 오사카에서 백 년이 넘은 오코노미 야끼 전문점도 맛있었지만 30년 지기 친구들과 함께여서 인지 모로미의 오코노미 야끼가 더 맛있게 느껴진 건 기억 왜곡일까? ^^;


 2017년에만 후쿠오카와 오사카를 포함한 간사이 지방을 여행을 했다.
그 이후는 알다시피 한일 간의 관계가 경색되어 노재팬 운동이 일어났고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로 더 여행이 힘들어졌다. ㅠㅠ
 오랜만에 30년 지기 친구들과 함께한 모로미 정자점은 독립된 공간과 분위기가 마치 친구들과 일본 여행을 와서 함께 식사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제공되는 음식 하나하나 일본을 느낄 수 있었고 맛있게 즐길 수 있었는데 이 날 함께한 친구들과의 우정이 MSG가 되어 더 맛있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나중에도 기회가 된다면 이 날 함께하지 못한 다른 30년 지기 친구들과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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