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 내 인생의 쉼표가 되주었던 여행
장기간 여행을 떠났다가 한국에 들어온지도 벌써 4개월이 지났다.
여행 후에 부족해진 것은 체력이지만 의욕이나 의지 같은 정신적인 면에서는 완벽하게 충전을 하고 돌아 올 수 있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내상태는 내가 가진 그릇이 작아서 새로운 것을 더이상 담을 수 없어서 새로운 것을 담기 위해 비우고 버리기 위한 내 여행의 목적은 100% 이상을 달성 할 수 있었다.
심지어는 그 그릇 마저도 버리고 나는 무형의 나만의 그릇을 새로 만들고 있다고 해야 할까?
한국에 돌아와서 뒤늦게 사진을 정리하고 다녀 왔던 내용을 정리 했지만 추억으로 기억 되는 지금보다 여행을 하던 당시가 더 행복했던 시간임은 틀림 없다.
여행은 나처럼 오랜 시간 여러곳을 다니거나 한 곳에 오래 머무는 여행자도 있겠지만 패키지 여행이나 단기간에 눈에 많은 곳을 담기 위해 관광명소를 단순히 찍고 오는 식의 소모적인 여행이라고 할지라도 분명 각자가 느끼기에 감동하는 것과 즐거운 것이 다 다를 테니 어떤 여행이 좋고 어떤 여행이 나쁘다라고 말하기가 힘들다. 분명 여행 초기에는 내가 하는 여행이 진짜 여행이라고 자신 했지만 눈을 가리고 거대한 물체를 만지는 사람들이 느끼는 것이 그것을 접촉 조차 안해본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이 든다.
'와~~!' 소리가 나오는 관관명소와 맛있는 음식을 쫓아 다니던 나의 여행은 점점 여행지의 분위기와 만나게 되는 사람들로 인해 새로운 즐거움이 더해졌다.
지도를 보니 이번에 내가 여행한 여행지가 서유럽과 동남아시아에 편중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2010년의 약 6개월의 기간동안 17개국 76개 도시와 타운, 섬 등을 다녀 왔다.
서유럽에서는 어디가 좋았냐라고 누가 묻는 다면 여행을 했던 초기에는 런던, 파리, 바로셀로나 라는 대도시 중심으로 이야기를 했을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나는 곳은 동남아 같은 무질서와 환경으로 오히려 정신적으로 편안함을 느꼈던 이탈리아 나폴리와 서민적인 정취의 포루투칼 리스본, 조용한 프랑스 지방 도시인 브리타뉴 지방이 기억에 남는다.
여행을 하면서 만난 친구들 중에는 남미, 아프리카, 중앙아시아를 여행하고 방콕으로 온 친구도 있었고 남미를 돌고 방콕으로 온 친구도 있었는데 내가 좀더 준비와 용기가 있었다면 아마 서유럽에서 육로를 통해서 터키, 중앙아시아, 인도를 거쳐 태국으로 넘어 왔을 것 같다.
오히려 싱가폴 같은 도시는 내게는 매력이 떨어지는 재미없는 도시국가로 변해 버렸다.
마지막까지 한국에 돌아 오는 여정에 대해서 말레이시아와 귀국 비행기표를 포기하고 베트남에서 중국을 돌아 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 결국 말레이사아와 싱가폴을 거쳐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돌아 왔지만 오랜기간 낯선 야생에 던져 놓다 보니 없던 용기도 생기고 영어 울렁증도 없어지면서 그런 고민까지 하게 된 것 같다.
장기 여행 때문에 사고 싶지만 많은 것들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부담없이 한국에 가져 올 수 있었던 기념품은 각 국가나 도시의 마그네틱 정도 였다.
사진을 찍을 당시에는 빌트인 냉장고가 고장나기 전이어서 붙일때가 여의치 않아서 단자함과 전자레인지에 붙였다.
태국 방콕에서 처음 본 두꺼비 목각은 정말 두꺼비와 비슷한 소리를 내주는데 카오산 로드에서는 소수민족 복장을 한 사람들이 돌아 다니면서 이걸 팔고 있었다. 계속 고민을 하다가 태국의 마지막 여행 도시 치앙라이 야시장에서 몇천원을 주고 2개를 구입해서 하나는 부모님을 드렸다.
조카 녀석들이 좋아 하는 걸 보니 한개를 더 사올 것을 그랬다.
더욱 놀라운 충격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나 싱가폴의 야시장에서도 이것들을 발견했다. ㅡ.,ㅡ;
푸켓으로 휴가 온 후배녀석이 사준 무에타이 티셔츠는 이번 여름이 오면 멋지게 입고 다닐 생각이다.
내 나이 29살인 2002년에 직접 창업한 회사를 말아 먹고 머리 식히려고 처음 파리에 간 것을 처음으로 2010년까지 8년 동안 22개 국가 91개 도시와 타운, 섬에 다녀왔다.
역시나 지역적인 편중이 심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지금까지 아직 동남아에 있는 것처럼 나는 느린 삶을 살아가고 있다.
여행하면서 불편했던 시력을 교정하기 위해 라섹 수술을 했고, 귀국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여행때 다친 오른쪽 발목에 큰 충격을 주면서 인대가 손상되어 장기간 치료를 해야 했다.
술을 좋아 하지 않았지만 한달에 한두번 폭음을 했던 것과 달리 여행하면서 매일 맥주 한두병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한국 와서는 다리 염증 때문에 3개월 가까이 술은 입에도 대지 못하고 수도사와 같은 생활을 했다.
여행때 만난 사람들을 한국에서 만나지 못한 것은 아쉽다. 각자의 여행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다시 만나자고 연락처를 남기고 헤어졌지만 그사람들과 나 사이의 시간도 오래되고 한국 돌아와서 다리를 치료하느라 내가 돌아 다니지 못하게 되고 그 사람들도 자신들의 시간과 생활속에 돌아 간 뒤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친구라는 녀석들도 바쁘다고 오래동안 연락 안하는 걸 보면 오히려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을 이해하는 건 더 쉽다.
항상 나쁘기만 한건 아니라고 다리를 다친 덕분에 오히려 많은 책들을 읽을 시간이 생겼고 좀 더디긴 했지만 시력도 회복하고 몸도 좋아지고 있다.
언제 다시 여행을 떠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곧 경제활동을 하면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 것 같다. 새로 만들어진 내 안의 그릇이 다시 가득차게 되면 나는 새로운 장기 여행을 계획할 것 같다.